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3월 13일의 일기
    일상생활 2016. 3. 13. 21:21


    3/13


    오늘 하루는 무기력하게 시작했다. 하루의 목표가 있어야 되는데 그런 게 딱히 없었다.

    당장 해야될 공부와 과제는 있었지만 지금 당장 급한 것은 아니었고 딱히 무얼 해야할지 모르겠는 그런 하루였다. 

    오후 두시에 겨울방학 동안 같이 앱을 만들던 친구들과 만나기로 하였다.

    만나서 그간 해결하지 못했던 이슈를 공유하고, 서로 같이 해결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당장 우리가 해결해야할 이슈가 불분명해서 가봤자 시간 낭비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아침부터 무기력했던 기운이 계속 남아 있어서 가고 싶지 않았다.


    그냥 아파서 못 간다고 하고 집에서 쉴까 생각했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집 안에 쳐박힌 채, 감당할 수 없이 무기력해질 것 같았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를 나누다보면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강남의 한 카페에서 친구들을 만났다. 개강하고 처음 만났는데, 반가웠다. 반가운 얼굴들을 보니 없던 활기가 조금씩 생겨났다.

    이래서 집을 나와야하는구나! 

    약간의 활기를 안고, 친구들과 앱에서 발생한 여러가지 이슈를 해결해나가기 시작했다.

    몇 가지 이슈는 사실 오늘 만난다고 해결될까 싶은 게 있었는데,  하다보니 예상외로 손쉽게 해결된 것들이 많았다. 

    나도 내 코드에서 발생한 에러를 해결하기 위해 코드를 수정했다.  


    우리가 디버깅을 열심히 하고 있을 때 알파고와 대국을 하고 있던 이세돌 9단의 승전보가 날아들었다.

    이세돌 9단에게 판세가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소식을 중간에 들었지만 '그래봤자 알파고의 설계에 무릎을 꿇겠지.'라고 지레짐작하고 있던 터라 

    알파고가 돌을 던졌다는 소식이 굉장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충격이 가라앉자, 충격만큼 커다란 감동이 밀려왔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보면, 이방원이 정도전을 처음 봤을 때, 그의 스웨그에 매혹되어 전율하는 장면이 나온다.

    오늘 이세돌의 승리를 본 내가 꼭 그랬다. 이세돌의 스웨그... 전율 그 자체였다.

    어제까지 알파고와 이세돌의 3국을 지켜본 나는 알파고에게 완전히 압도되어 있었다. '이거 5 대 0으로 지겠구나'하고 상심해 있었다.

    그러나 정작 이세돌은 그렇게 상심한 것 같지 않았다. 

    알파고가 훌륭한 바둑을 두지만, 아직 신의 경지에 다다랐다고는 볼 수 없다며, 여전히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듯 했다. 

    그런다고 과연 되겠어? 하는 마음으로 오늘 4국을 지켜봤는데, 놀랍게도 바로 그 철옹성 같던 알파고가 돌을 던졌다. 

    이세돌의 포기를 모르는 집념, 강철 같은 멘탈, 그리고 무서운 집중력에 철옹성 같던 알파고가 무릎을 꿇었다.

    너무 멋있었다. 이세돌이 너무 커보였다. 

    나는 언제 저렇게 큰 사람이 되어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커다란 울림을 주고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대국이 종료되고, 환하게 웃는 이세돌의 모습을 보니 삶의 새로운 각오를 다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세돌이 신중을 기해 두는 한 수 한 수처럼 나도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며 이세돌처럼 큰 사람이 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무기력하게 하루를 시작해서 벅차오르는 에너지를 느끼기까지. 재미있고 뜻깊은 하루였다. 










Designed by Tistory.